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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M1

사울의 아들(2015)

by thekappie 2024. 6. 5.

이 영화의 기술적 선택이 보다 윤리적인 선택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별다른 실익이 없어 보인다. 보여주는 것과 적절하게(?) 가리는 것, 무엇이 더 참혹한 지를 논하는 것도 소용없는 일이다. 송형국 평론가는 본인의 경험을 빌려, 지옥 같은 광경을 마주했을 때에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신체적 반응을 탁월하게 구현한, 본작의 과학적(?) 성취를 높게 사는 신선한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영화의 고집스러운 연출법은 모종의 인간적 태도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요컨대 진행에 꼭 필요한 정보만 화면에 남겨두려는 것 외에 다른 의도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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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존더코만도 숙소에서 사울의 동료들이 대화를 나눌 때, 영화의 포커스가 어떤 윤리적 기준을 따르는 것이라면 지금 이들을 포커스아웃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영화는 동료들을 굳이 흐릿하게 처리했다가, 이들이 중요한 전략적 대화를 하면 다시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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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식은 극도로 제한된 행동 범위에서, 메인퀘스트(아들의 장례)와 서브퀘스트(랍비 찾기,엘라와의 접선 등)의 수행에 꼭 필요한 정보만 주어지고, 퀘스트 수행 과정에서 때에 따라 NPC(주변인물)들이 화면에 개입하는, 흔한 롤플레잉 게임 진행과 아주 흡사하며, 이 과정에서 시신 등을 흐릿하게만 보여주는 것은 그저 정보량의 조절(마치 심의 통과를 위한 자체검열과 같은)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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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점에서 <1917>과도 결이 같은데, 시간적 제약이 부여된 상황(공교롭게도 둘 다 타임라인은 2일이다)과 뚜렷한 목표만을 가지고 직진하는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에 밀착해서 함께 이동하는 카메라가 영화라는 매체에 게임적 특성을 부여한다(다르덴 형제의 <아들> 속 카메라와는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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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제작자들이 간과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 중 하나는, 캐릭터와 밀착하여 움직이는 카메라는, 일견 현장감을 극대화하는 방법일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관객에게 가장 안전한 체험을 선사하고, 관객이 캐릭터와 카메라 사이의 단단한 관계와 법칙을 지각하는 순간, 어떠한 서스펜스도 존재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카메라가 켜져 있는 한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고 예측하게 된다. (사족이지만 부분적으로 시각 정보를 주는 본작과 달리, 시각장애인이 등장하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아예 시각 정보를 날려버림으로써 최소한의 서스펜스를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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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길을 잃어 목표 달성과 멀어지려 하면, 어디선가 NPC들이 손을 뻗어 화장터에서, 작업장에서, 구덩이에서 그를 건져내어 제자리에 돌려놓고, 총알이 빗발치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안전한 루트에 던져진다. 일반적인 전쟁영화였다면 강력한 서스펜스로 쓸 법한 상황들이 그저 게임적 배경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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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할 감정 표현 없이 목표에만 집착하는 캐릭터가 전통적 의미의 드라마를 거부한 실존적 몸부림처럼 보이는 까닭에 본작을 부조리극으로 해석하는 평자들도 있겠지만, 차라리 그런 해석조차 홀로코스트라는 거대한 화두를 끌어안고 고뇌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박적인 컨셉을 따르는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 이 비극에 대한 상투적인 접근은 차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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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영화는 실제 존더코만도들이 남긴 사진과 수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위에 구구절절 운운한 게임성은 감상자 개인의 느낌일 뿐 감독이 의도한 바는 결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본작을 향한 상찬들 ("관객을 옥죄어오는 화면"이라던가 "피사체를 담는 도덕적이고 현명한 방법" 혹은 "보여주지 않아 오히려 생생하고 끔찍한 사운드" 같은...) 역시 영화의 지독한 형식에 구속된 소감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으며, 카메라의 운동성과 카메라와 피사체의 관계가 정말로 어떤 효과를 낳았는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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