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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M1

네트워크(1976)

by thekappie 2023. 10. 26.

시드니 루멧이 만든 이 걸작은 후배들이 만든 코메디의 왕이나 나이트 크롤러와 달리

하나의 광인이 극을 송두리채 끌고 가게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독 특유의 균형감각이 단연 돋보인다고 하겠다.

 

우리의 예언자께서 TV를 끄라고 목놓아 외칠 때, 연설 내용 자체의 시의성은 둘째 치더라도,

그것을 가리키며 자꾸 "Tube"라고 칭하는 매 순간

50여년에 가까운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한 외침이 되고,

내 유튜브 구독 목록을 하워드 빌에게 들킨 것만 같은 이상한 부끄러움이 인다.

 

페이 더너웨이를 TV로 세상을 배운 세대라고 폄하하는 장면이 문득 재밌다.

이제는 쇼츠 세대, 틱톡 세대까지 왔다 다음은 뭘까?

 

근 몇달간, 영화를 보지 않았다.

사는 게 힘들고 지치기도 했지만 다 핑계인 것이 돌이켜보면 항상 그랬다.

처음엔 이제 내가 영화를 안 찾게 되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영화가 나를 밀어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cinema가 저물어 가고 있다.

고작 CGV가 일부 상영관을 양궁장, 클라이밍장으로 개조하는 현상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아무도 영화를 찾지 않는다. 너와 나의 저녁 식사 자리에 영화 얘기는 올라오지 않는다.

그 자리에 다른 대단한 것들이 있지는 않지만,

그것들이 사라진다 해도 영화를 다시 찾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친히 별점까지 남기는 사람은 더더욱 사라질 것이다.

 

그게 꼭 유튜브 쇼츠나 넷플릭스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몇 년 주기로 잠깐이나마 다시 흥하는 시기가 올 수는 있겠지만,

수명이 머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늘 그랬듯이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어쩌면 취미의 본질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제도 들었던 제네시스나 스웨이드를 또 듣고,

기계식 시계의 태엽을 감아주고, 30년 뒤에도 가솔린 차를 타고,

그럼에도 시간이 남는다면 고전영화나 한편 보고.

 

언제 또 영화를 찾아볼지 나도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너무나 의욕이 없다.

부끄럽지만 이 작품도 사실

왓챠에서 10/31까지 감상 가능이라길래 부리나케 온 힘을 다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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