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범벅이 되기 쉬운 상황들을 일부러 던져주고, 계속해서 관객의 기대를 비껴간다.
시작부터 다양한 입주민들과의 에피소드를 토막토막 나열하고, 건물 관리인으로 일하는 주인공이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좌충우돌 해프닝이 벌어지겠구나 싶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형의 유언 집행을 위해 변호사를 만나는 장면은 더 노골적이다. 조카의 법적 보호자가 되길 극구 거부하는 장면은 심지어 코믹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지금은 저래 츤츤거려도 나중엔 보호자가 되겠구나 싶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조카와의 임시 동거 생활은 영화에서 그나마 분위기가 밝은 편이다. 티격태격 대는 둘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한 번 크게 싸우고 극적인 화해를 할 것만 같지만, 그런 다툼도 없고 화해도 없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전처와의 재회 장면에서 통곡하는 미셸 윌리엄스를 따라 이제 너도 좀 울어라! 지금이다 시원하게 오열하자! 큐사인을 날렸을 것 같지만 그런 울음마저 없다.
대성통곡도, 어설픈 위안도, 치유나 극복도 없다.
바로 그 점이 이 영화를 다른 비슷한 영화들(예를 들면 데몰리션) 보다 한 단계 높은 곳에 올려놓는다. 그런 영화들이 가식적이라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신파적 요소가 없어서 본작을 고평가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여기엔 재단할 수 조차 없는 고통을 감히 덜어보려 하지 않는 어떤 진정성이 느껴진다. 형의 심장도, 남은 사람들의 상흔도, 고장난 배의 모터를 갈듯 간편하게 해결되면 좋겠지만..
완전히 텅 빈 인간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한 각본과 연기.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닌데, 너무 감성적으로 연출한 '그 사건'이나, 소스를 태워먹을 때 꾸는 악몽 같은 장면은 영화 전체적인 톤을 벗어나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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