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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M1

The Master(2012)

by thekappie 2021. 9. 13.

처음 보고 나선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난해함과 실망감에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멀리했었다.

작가주의가 극에 달해 대중은 물론 비평가를 위한 영역까지 벗어난, 철저히 창작자 본인의 자기만족만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나에게 던지는 울림, 호수에 던진 돌멩이가 만들어낸 파동과 같은 울림은 어째선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점차 커져가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 해석과 분석을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왜인지 이 영화의 본질과는 점점 멀어져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리뷰와 평론이 있지만, 그와중에 가장 통렬하게 다가온 평은 박평식 평론가가 남긴 단 한 줄의 문장이다.

"문신처럼 새긴 인간의 불완전성!"

 

65mm 필름 촬영을 고집한 의미, PTA가 그린 1950년대의 미국 사회, 라캉철학적 분석 등등 다양한 리뷰를 읽어봤지만 한 가지 또렷해지는 생각은 이 영화는 머리로 받아들이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뿐이었다.

나에게 이 영화는 온전히 이미지로 다가왔고, 그 이미지는 전적으로 와킨 피닉스의 퍼포먼스가 낳은 산물이다.

박평식 평론가의 한줄평을 내 마음대로 바꿔말하면 이런 거다.

"화면을 가득 채운(문신처럼 새긴) 와킨 피닉스의 얼굴(인간의 불완전성)"

 

프레디 퀠(와킨 피닉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아무 쇼트나 골라도, 그 얼굴 안에 이 영화 137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온전히 사회에 편입되지 못해 거칠고 미성숙한 내면이 언제든지 뚫고 나올 것만 같은, 그러면서도 길을 잃은 어린아이 와도 같은 불안과 모성을 자극하는 연약함을 품고 있는, 비대칭적이고 뒤틀린 그의 얼굴은 그 자체로 시네마가 된다.

그리고 그 얼굴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이 있다. 닮은 구석 없는 자화상을 보는 듯한 기분.

소속된 모든 집단에서 inner circle이 될 수 없는 대다수의 인간은 이 얼굴 안에서 모순된 자기 자신을 본다.

순응하고 싶은 욕망와 반항하고 싶은 욕망.

프레디의 얼굴은 나에게 어떤 저차원적 욕망을 일깨워주는 자극제가 되면서도,

그런 욕망이 이끄는 곳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안정제가 된다.

나는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는 내 안의 비열한 투지와 함께 프레디의 반의 반만큼도 없는 배짱을 본다.

프레디는 나에겐 닮고 싶은 얼굴이자 원한적 없던 내 뒷모습이 된다.

그의 얼굴은 문신처럼 내 머릿속에 박혀 이제 나는 매일 스스로의 불완전성을 곱씹어본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와킨 피닉스의 연기는 말이 안되는 수준. 여기서의 전설적인 퍼포먼스에 필적할 연기는 10년이 더 지나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마스터로도 상 많이 받긴 했지만 조커로 휩쓴 수상내역에 비하면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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