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섬뜩한 완성도와는 별개로, 그리고 감독의 의도와 역시 별개로,
세간에서 이 영화를 '파시즘의 기원에 대한 알레고리'로 보는 해석에 조심스러움을 표하고 싶다.
학교 선생이라는 세련되고 온화한 화자를 등장시켜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을 부각시키고,
종교와 훈육이라는 명목 하에 자행되는 체벌과 부도덕한 어른들의 추악함을 들춰낸다.
그리고 이런 아버지들 밑에서 자라 겉은 리본처럼 하얗더라도 속은 검게 곪아가는 아이들을 그린다.
그리고 드리워지는 세계 대전의 암운 속에서, 이 아이들의 미래를 우리는 이미 목도했다고 착각하게 된다.
특히 나날이 강조되는 육아/훈육의 중요성에 익숙한 포스트-오은영 시대의 K-관객이라면 더욱,
독일 나치 정권을 마치 못난 어른들이 사회에 배출한 괴물처럼 해석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치와 그 부역자, 더 나아가 당시 독일 국민 모두를 '도덕적 결함을 지닌 아이들'로 단순히 환원시킬 수 있을까.
물론 군국주의의 폭정과 탄압이 있었고, 그에 따른 무조건적인 복종 또한 있었지만
그러한 복종 상태에 이르는 데에는 그리 많은 조건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생각이다.
저 유명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굳이 또 끌고 오자면,
아이히만을 비롯한 부역자들이 물론 보편적인 수준의 도덕적 사유가 불능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특이성을 지닌 인간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들 중 영화 속 아이들처럼 압제와 폭력에 노출된 유년기를 보낸 인간이 다수라고 보기 어렵다.
흥미롭게도, 나치에 대해 기존의 전체주의적 해석과 노선을 달리하는 일상사(Alltagsgeschichte) 연구에 따르면,
나치 독일은 결코 정권의 일방적인 통제에 의해 돌아가는 국가가 아니었고,
오로지 국가 차원의 정책이 평범한 독일인들의 이해관계와 수렴할 때에만 제대로 통치력이 발휘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영화와 같이 나치 정권을 일종의 '만들어진 악'으로 묘사하는 경우 오히려 대다수 독일 국민들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논란이 많지만) 밀그램의 복종 실험과 기타 유사한 실험들이 시사하는 바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같은 저서, 위와 같은 연구 등을 생각해볼 때,
인간은 그저 볼품없을 정도로 나약할 뿐만 아니라, 끔찍할 정도로 자기 합리화하는 데에 타고났을 뿐이다.
악으로 길러진 아이들이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것이 아니라,
독일인들 스스로가 그들을 위한 그들의 정권을 세웠고,
소수의 행동하는 양심을 제외하면 모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의 특성상 언제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는 비극이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철저한 자기반성만이 필요하고,
이 영화의 외연을 임의로 확장하여 학대받는 아이의 탄생이 모든 참사의 씨앗이며,
이를 막는 것만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는 느슨하고 편협한 사회관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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